뉴스

“일확천금 한방 노리지 말고 잽을 자주 날려라”

재테크 박람회 연사에게 듣는다<3> :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


“죽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전문가인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의 지론이다. 포트폴리오는 분산 투자를 의미한다. 그럼 ‘죽지 않는’ 포트폴리오는 뭘까? 배 부사장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죽지 않는 포트폴리오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크게 잃지 않는 투자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분산 투자라고 하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증시 격언을 떠올린다. 그런데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더라도 이 계란들이 오염된 농장에서 온 계란이면 전량 폐기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주식이나 채권 등 특정 자산 한쪽으로만 몰빵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주식과 그 대체재인 채권을 나눠 담고, 주식 안에서도 국내와 해외를 분산 투자하라는 것이다. 주식도 개별 종목이 아닌 전체 증시나 업종 지수를 따르는 인덱스 펀드여야 한다.

배 부사장은 2000년대 초·중반 국내에 처음으로 ETF와 ELS(주가연계증권)를 도입할 때 실무를 맡았던 것을 시작으로, 줄곧 이 분야 투자만 담당해왔다. ETF는 펀드매니저들이 공격적으로 종목을 바꿔가며 투자하는 액티브펀드와 달리 전체 업종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패시브펀드다. 지난 10년간 액티브펀드(주식형공모펀드) 시장은 126조원에서 71조원으로 거의 반 토막 났지만 ETF 시장은 2조여원에서 50조원으로 25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배 부사장은 조선일보사가 다음 달 4~5일 서울 강남구 세텍(3호선 학여울역)에서 개최하는 ’2021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둘째 날 ‘한국 ETF·ELS 오리진(Origin)이 전하는 성공 투자’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12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투자 자산을 다양하게 분산해 어떤 위험이 닥쳐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죽지 않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 부사장이 ETF(상장지수펀드) 가격 추이가 나와있는 모니터를 보여주며 자신의 투자 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12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투자 자산을 다양하게 분산해 어떤 위험이 닥쳐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죽지 않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 부사장이 ETF(상장지수펀드) 가격 추이가 나와있는 모니터를 보여주며 자신의 투자 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투자 대상은 최대한 기계적으로 분산시켜라

배 부사장은 죽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위해 투자 자금 중 70%를 노후에 필요한 생애 자금으로 떼놓고 이 자금을 연령대에 맞춰 주식과 채권으로 나눠 장기 투자하라고 권장했다. 40대는 6대4, 50대는 5대5, 60대는 4대6 등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정하라는 것이다. 만일 주식 비중이 높아졌다면 그만큼 주가가 올라 이득을 본 것이므로 팔아서 채권으로 옮겨놓고, 반대라면 채권을 팔아서 주식 투자를 늘리라는 말이다.

그가 말하는 주식 투자는 ETF다. 세부적으로는 코스피200 등 국내와 선진국 증시로 구성된 MSCI월드 등 해외로 분산할 것을 추천했다. 만약 너무 밋밋해 대상을 집중해야겠다면 코스피200을 줄이고 2차전지나 바이오·인터넷 등 특정 업종 관련 ETF를 늘리거나, MSCI월드 관련 ETF를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ETF 등으로 좁힐 것을 권했다.

배 부사장은 “복싱에서 큰 펀치를 휘두르면 적중시켜 KO승을 거둘 수 있지만 헛쳐서 역공 당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며 “잽을 자주 날려 서서히 적을 무너뜨리는 전략이 바로 패시브 투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펀드매니저들이 기업 탐방에서 얻은 미공개 정보를 투자에 활용하는 게 금지된 이후로 액티브 투자가 뛰어난 수익률을 거두기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수수료 측면에서도 패시브펀드(0.5% 안팎)가 액티브펀드(1.5% 안팎)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나머지 투자 자금 30%는 투자자 성향에 따라 투자하면 된다고 그는 말했다.

◇경제 성장을 믿는다면 지금이라도 투자 시작해야

상당수 투자자는 국내외 주가가 코로나 이전 고점(高點)을 회복했기 때문에 지금 주식에 추가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 불안해한다. 이에 대해 배 부사장은 “먼저 경제에 대한 믿음이 있는지 점검해보라”고 했다. 그는 “주식 투자자는 경제 성장을 믿는 사람”이라며 “그런 믿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분산 투자해 경제성장 과실을 따 먹으라”고 했다. 미국 기술주들의 경우 과학 발전에 따라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 부사장은 세계 최초 인덱스 펀드인 뱅가드를 만든 존 보글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그의 저서 ‘펀드 투자에 대한 기본 상식’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책을 5번 반복해 읽으며 “정보가 공유되는 효율적 시장에서는 액티브가 패시브를 이길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동학개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개미들이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건 카지노에서 몇 번은 돈을 따도 결국은 다 잃게 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economy/stock-finance/2020/11/13/SUEHZUT6BVDDFHEXIQWAQJBH3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