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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부터 3층 연금 쌓고, 부동산 비중은 50% 이내로”

재테크 박람회 연사에게 듣는다 :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


“많은 사람이 아직도 ‘여든 이후의 삶’이 자기에겐 없을 줄 알고 노후 준비를 제대로 안 하고 있어요. 사람의 수명만큼이나 중요한 게 ‘자산의 수명’이란 걸 알아야합니다. 자산 수명이 끝나면 노후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어요.”

노후 설계 전문가로 유명한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전 미래에셋대우 부회장)는 4일 본지 인터뷰에서 “노후 준비는 노인이 돼 준비하는 게 아니다. 죽을 때까지 어떻게 자산을 꾸려갈지 젊을 때부터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는 1980년부터 1989년까지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도쿄 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며 고령화 단계에 들어선 일본 사회를 직접 목격했다. 2004년부터는 은퇴 설계 강연으로 1년에 200회 이상 연단에 서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그의 강연 영상이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일보 주최로 다음 달 4~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학여울역)에서 열리는 ’2021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100세 시대, 부모의 미래와 자녀의 미래'(5일 정오)란 주제로 강연한다.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20~30대부터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층 연금을 잘 쌓아야 한다"며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부동산 위주의 자산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20~30대부터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층 연금을 잘 쌓아야 한다"며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부동산 위주의 자산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3층 연금만 제대로 준비해도 걱정없다”

강 대표는 “지금 같은 저성장·결핍 시대에는 100세까지 산다는 것이 오롯이 축복일 수만은 없다”며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노년 빈곤’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노후 설계의 최선책은 연금이다. 강 대표는 “죽을 때까지 최저 생활비 정도의 연금만 꾸준히 받을 수 있다면 노후 준비는 사실상 끝난 것”이라며 “20~30대부터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층 연금’을 확실히 쌓아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선진국의 경우 노인 세대는 주된 수입 중 70~80%를 연금에서 얻는다. 이와 달리 한국의 노인 세대는 연금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 작년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803만명 중 국민연금 수급자는 43%에 불과하고, 그중 80%는 수령액이 60만원 미만이다. 100만원 이상 받는 사람은 6.6%에 불과하다. 강 대표는 “30세부터 한 달에 9만원씩 60세까지 국민연금을 납부하면 죽을 때까지 매달 50만원씩 받을 수 있다”며 “전업 주부라도 임의 가입을 통해 반드시 국민연금에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에 적극적인 직장인이라면 확정기여형(DC)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것을 추천했다. 강 대표는 “매년 500만원씩 30년 동안 퇴직연금을 쌓을 경우 수익률이 1% 내외인 확정급여형(DB)이면 돌려받는 돈은 1억7000만원에 불과하지만, DC형으로 운용하며 연평균 4% 수익을 낸다면 3억5000만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며 “DC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면 젊을 때부터 투자를 배우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위주의 가계 자산, 구조조정해야”

강 대표는 노후 생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자녀 리스크’를 꼽았다. 영국의 ‘키퍼스(kippers)’, 일본의 ‘기생 독신(parasite single)’처럼 자녀가 부모로부터 자립하지 못하면 노후 생활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40대부터는 어떤 방법으로 자녀를 교육시켜야 경제적으로 바로 설 수 있을지 부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결핍’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50~60대를 상대로는 부동산 위주의 가계 자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50대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3억9700만원인데, 이 중 부동산(3억3800만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5%가 넘었다. 강 대표는 “이미 노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집값이 30년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자산만 갖고 있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노후 대책이 사라지는 꼴"이라며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을 50대50으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예·적금, 주식·펀드 등 금융자산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부동산 자산 비율은 30% 정도에 머물고 있다.

강 대표는 건강한 노후를 위해선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편은 일하느라 ‘집에 없는 남편’이라고 한다”며 “매달 50만원씩만 벌어도 1년 만기 2억원짜리 정기예금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그는 “현역 생활을 연장하며 적게나마 현금 흐름을 계속 창출하는 게 좋다”며 “돈·건강·외로움 등 노후의 3대 불안 요소를 잡는 최선책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0/11/11/KZD5NYVP3FAH7CQZAXHKOVLXDM/